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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케키 사건
         내가 얼마나 개구장이였는지 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두 개의 사건이 있었는데 하나는 아이스케키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놋그릇 사건이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다.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나는 아이스케키가 너무도 먹고 싶었다.
         아이들이 먹는 아이스케키가 먹고 싶어서, 큰아버지께 그 말씀을 드렸는데 도무지 사 주실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나는 어떻게 하면 시원하고 맛있는 아이스케키를 먹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한 가지 방법을 찾아내고 쾌재를 불

         렀다. 그 당시 단양 마늘은 전국적으로 인기가 있었고, 그 단양 마늘 한 대궁을 아이스케키 하나와 바꿀 수 있다는 것
         을 알게 되었다. 잘 살던 큰아버지 곳간에는 그 좋다는 단양 마늘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나는 지나가는 아이스케키 장수를 산모퉁이에 불러 놓고 마늘 두 접을 곳간에서 꺼내어 메고 가서 건네 주고, 맞바꾼

         아이스케키를 통째로 산으로 들고 올라가서 바닥날 때까지 하루 종일 먹었고, 급기야 배탈이 나서 며칠 동안 설사로
         죽을 뻔했다. 그러나 그 비밀은 지금까지도 누구도 모른다. 나 혼자만 아는 일이다.



         놋그릇
         자라나는 동안 어찌 사건이 한 두개 뿐이랴?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또 한 번의 기억에 남는 사건은 큰아버지의 놋

         그릇 사건이다. 이 사건은 내 기억 속에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나중에 들통이 나서 곤혹을 치
         루었는데,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와 손자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다.



         그 날 따라 무척이나 동네를 지나는 엿장수의 철커덩 철커덩거리는 엿가위 소리가 정겹게 들렸고, 달콤하고 쫀득한
         엿이 엄청 먹고 싶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 때만 해도 먹거리가 별로 없는 시기였고,
         군것질거리라고 해 봐야 아이스케키나 엿, 밤 늦게 소리를 지르며 다니는 “찹쌀떡 사려!” 하는 소리의 찹쌀떡이 고작
         이었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파는 왕사탕이 군것질거리의 거의 전부이다시피 한 시절에, 엿은 우리들에게는 참 먹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나는 엿장수가 지나갈 때마다 번번이 엿을 살 돈도 없었고, 용돈도 구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었는지라 고민에 고민을
         하던 중, 친구들과 엿을 바꿔 먹을 구리줄과 양은 조각 등을 구하러 다녔다. 그 중에서도 놋쇠(황동)는 엿을 많이 준다

         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엿을 어떻게 하면 실컷 먹어볼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하고 생각하던 끝에, 큰아버지가 꼭 귀한 손
         님이 오시거나 큰 가족들이 모이는 날에만 사용하시던 누런 놋그릇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행동에 옮겼다.


         놋쇠 밥그릇, 놋쇠 국그릇, 놋쇠 수저를 싹 쓸어 담아 엿장수에게 갔더니. 너무나 고급이고 새 것이라 안 받는다는 것

         이다. 그렇다고 거기서 포기할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해서 든지 엿을 먹고 싶었던 나는 그 놋쇠 그릇과 수저 등을 망치
         로 쳐서 찌그러뜨려 결국 엿 판을 통째로 받아 들었다. 그런 뒤 속이 달아오르는데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더 이상 안
         들어갈 때까지 먹고 나니까, 나중에 속이 뒤집어져서 죽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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