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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 내 자신이 어리석었다. 아버지인들 그렇게 무능력하고 싶어서 무능력했겠나? 얼마나 당신
께서 하고자 하는 일이 안 되셨으면, 집에서 그렇게 어머니께 화풀이를 하셨을까? 내가 너무 어려서 도와드리지 못했
고, 또 그런 아버지의 쓰린 속을 몰라드렸던 것이 내가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무척이나 송구스럽다.
아버지는 내가 축구 선수가 되면서 내가 축구 시합을 하는 장소마다 찾아 다니시면서 숨어서 응원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셨다. 아버지는 늘 내게 미안해 하셨다. 비록 한 번도 미안하다는 말씀은 안 하셨지만, 난 가슴으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신께서 잘 먹이지도, 잘 입히지도 못하는데 운동 선수로 열심히 뛰는 내 모습이 내심 대견하셨는지, 당신
께서는 언제나 나 하나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떤 경기장에도 따라와서 나를 지켜 보셨다. 콜록거리고 남루하
고 초라한 의복을 걸치신 아버지를 누가 알아보면 어쩌나 싶어서, 나는 단 한 번도 친구들에게 우리 아버지라고 말하
지 않았고, 오히려 누가 우리 아버지라고 할 까봐 겁을 냈다. 그런 내 생각을 왜 아버지가 모르겠는가? 늘 아버지는 남
몰래 뒤에서, 내가 시합에서 이겼을 때 남 몰래 기쁨을 함께 해 주셨고, 졌을 때도 늘 슬픔을 함께 해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 죄송스럽고 부끄럽다. 심약한 아버지가, 나약한 아버지가, 무능력한 아버지가, 그 당시 한없
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던 아버지가, 오늘에 와서 왜 이렇게 그리운지 모르겠다. 능력이 있는 것보다, 실속이 있는 것보
다, 강한 아버지가 아니라도, 그냥 나에게 아버지 그대로면 좋겠다. 그냥 살아만 계신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냥 숨만
쉬셔도 족하다. 내 가슴과 아버지의 가슴이 만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처음으로 불러본다. ‘아버지, 사랑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아버지’란 말, 아무리 불러 봐도 또 불러보고 싶은 그리운 단어다.
‘아버지, 너무너무 잘못했어요. ’
당신께 잘못했던 지난 날들이 오늘따라 너무나 가슴 아프게 느껴져요. 아버지, 편히 눈 감으세요. 아버지는 아무것도
못 물려주고 가셔서, 늘 제게 미안해하시다 돌아가셨죠. 아니에요, 아버지. 아버지는 제 게 중요한 유산을 물려주셨어
요. 이웃 사랑의 중요성을 유산으로 남겨 주셨고, 언제나 당신보다도 불쌍한 이웃을 돕는 것을 당신 몸을 아끼는 것보
다 더 중요시 하셨고, 제 가슴 속에 사랑의 따뜻한 마음을 갖도록 만들어주시고 가셨어요. 아버지, 편안히 잠드세요.
어머니, 가족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제가 이제부터는 신경 쓸 테니 편히 쉬세요. 가족들을 돌보지 못해서 죄송해
요. 지금부터라도 잘 돌보겠어요. 이제 저 정신 차렸어요. 그 동안 가족들을 돌보지 못한 것을 용서하세요.’그런데 이
제 어머니 마저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
풍기읍의 옛날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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