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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1 패싸움
하루는 영주를 다녀오는데(약 12km), 안정면사무소 골목에서 또래 집단 4명을 만났다. 그 때만 하더라도 이 지역, 저
지역 학교마다 소위 ‘그렇고 그런’ 불량 학생들과 서로간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있을 때였다. 나는 그들이 보자는 데
로 따라갔고, 그들은 가방에 있는 것을 다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거절했고 결국 4대 1로 엉겨 붙어 한 판 싸움을
했다. 결과는 나에게 덤벼든 4명의 완패였다. 나는 그 때 처음 주먹에 대한 자신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싸움을 벌인
후, 함께 개울로 가서 손을 씻고 헤어졌다. 물론 군기도 잡고, 앞으로 까불지 말라고 괜히 으스대다가 보냈고, 올라오
면서 왠지 주먹이 근질근질하고 누구든지 한 판 붙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학교에 낼 돈이 없어서 학
교를 계속 다닐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축구선수
그러던 중, 학교에서는 축구 선수를 뽑게 되었다. 축구 선수가 되면 유니폼도 주고, 추리닝도 주고, 공납금도 면제해
주고, 맛있는 옥수수 빵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테스트에 합격해서 축구 선수가 되었고, 참 열심히 운
동했다. 초등학생이 새벽부터 연습하고, 집에 가서 아침 먹고, 또 오전에 연습하고, 점심 먹고 오후에 연습하고, 그야
말로 하루 종일 공만 찼다.
김석조 선생님, 유종근 선생님, 최종근 선생님에게 계속해서 축구를 배웠다. 나는 승부욕이 남들보다 강해서, 남들이
저녁 연습이 끝나고 다들 집에 돌아가면, 나는 남 몰래 축구공을 가지고 도로 학교로 갔다. 달빛 아래에서 혼자 달리
면서, 혼자 슛하고, 소리 지르고, 킥 하고, 혼자서 센터링하고, 달려가서 슛하고, 골인하고, 혼자서 신나게 달리고, 점프
하고… 무작정 열심히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숙직 선생님께 그 모습을 들켜서, 도둑인 줄 아시고 몽둥이를 들고 나
오신 적도 있었고, 어떤 선생님은 그런 나를 칭찬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 중 한 분이 바로 장정식 선생님이셨다.
장정식 선생님 시(詩)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인 <인간 시대>에 나오셨던, 한 평생을 평교사로 살아가신다는 그 선생님이셨다. 참 훌륭한
선생님이셨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했고, 늘 밤 10~12시까지 운동을 했고, 운동을 하다가 지치면 그대로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 큰 대자로 누워서 하늘의 별들을 벗삼아 이야기했다. 그 때만 해도 별들이 참 밝게 빛났다.
서울에서 처럼 어디에 별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이 났었다. 나는 누워서 하늘의 별들
과 곧잘 이야기하곤 했다. 별들은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다는 듯, 더욱 더 반짝반짝 빛을 냈고, 그런 그들은 언제나
내 좋은 친구였다. 별들은 언제나 듣기만 했지, 말하지는 않았다. 참으로 좋은 카운슬러(Counselo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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