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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운명
그 즈음에는 아버지의 건강이 점차 악화되어갔고, 어느새 위중한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거동도 힘들었고, 심한 기
침과 높은 열로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이 수업 중인 학교로 날아왔
다.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안동 성수병원으로 달리는 택시 속에서 호흡이 가빠 고통스러워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
면서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마음속으로 ‘아버지 빨리 돌아가세요.’하고 말했던 것이 오랜 세월이 지
난 지금도 죄송스럽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사실 바에는 그냥 편히 떠나세요.’ 하는 ‘안타까움의 생각이었지만, 그런
마음을 순간적으로라도 먹었던 것이 오랜 뒤에도 너무너무 후회스럽다. 아버지는 급하게 중환자실로 들어가셨고, 곧
안정을 되찾았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 말씀이 ‘하루를 못 넘기실 것’이란 것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아버지 옆에 꼭 있
게 했고, 마지막으로 숨이 급하게 가빠질 때 어머니는 슬쩍 나를 밀어서 아버지 손을 내가 잡고 있게끔 했다. 형님에
게는 미안했지만 아버지께서 살아 계실 때 나를 가장 아꼈기 때문에, 어머니는 내가 아버지의 유지를 직접 받기를 바
라셨나 보다. 그렇게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나는 어머니도 가족들도 마냥 소리를 내며 곡을 하는데 도무지 눈물이 안
났다. 나는 멍하니 터덜터덜 걸으며 병원 밖으로 나왔고, 그 때는 깊은 밤중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안동 시내를 걸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렇게 기침하시던 아버지 모습을 아침 식탁에서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생각하니, 그때부터 눈물인지,
콧물인지 뭔가 뜨거운 것이 마냥 흘러내렸다. 돈만 있었어도, 수술비만 있었어도,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지는 않
았을 터인데, 가난이란 게 원망스러웠다. 그 놈의 돈이 뭔지 그 돈에 한이 맺힌다. 어린 나였지만 가난에 대해 뼈저리
게 아픔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돈이 없어서 무력하게 죽음을 강요 받아야 하는……
아버지의 죽음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건강하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살아서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사람은 왜 사는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도대체 어떻게 살아
야 잘 사는 것이고, 사람답게 사는 길이며, 후회 없는 삶일까? 나는 너무나 많은 질문을 갖기 시작했다. 가난이 뭘까,
무지가 뭘까, 왜 사람들은 그렇게 ‘공부, 공부!’ 하는가, 그야말로 그때부터 내게는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였다. 그때 문
득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하셨던 말씀과,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나를 보시며 하셨던 말씀들이 생각났다. “사람은 모
름지기 배워야 한다. 오석아, 너는 총명하니까, 조금만 하면 금방 잘 할 수 있을 거야. 배워야 한다. 배워야 한다…” 아
버지의 말씀이 강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 맞다. 나중에 사람답게 살려면 공부해야겠다.’ 하고 생각하니, 그 때부
터는 마음이 너무 급하고 급했다. 나는 그때 막 사춘기였고, 이성에도 눈뜨기 시작했다.
연식 정구 선수들과 함께 열심히 연식 정구에 매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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