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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의 죽음
큰아버지의 상여를 매고, 사람들이 “아이고, 아이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곡을 했다. 그 행
렬 뒤를 큰 집 형님, 형수님, 우리 집 형님, 누님 식구들이 뒤따를 때, 나는 큰아버지 사진을 품에 안고 맨 앞에서 걸어
갔다.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실 걸 그렇게 우리 식구들에게 모질게 대했나 하고 생각하니, 서글픈 생각이 들고 큰아
버지가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졌다. 산에 올라가서 파놓은 땅에 큰아버지 시신을 묻는데, 나는 또 한 번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실 것을, 형제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 아버지께 아버지가 폐병으로 시달리실 때까지 한 번도
도와주시지는 않고, 그저 잘못했다고 하시던 야속한 큰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아프고 서글프게 내 가슴을 저며 왔다.
큰아버지는 그렇게 돌아가셨다.
깨달음을 위해
나는 깨달음을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첫 번째 습관은 삶에 의욕이 없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주로 병원의 중환자실을 찾아 간다. 몇 시간이고 무엇인가 느
낄 때까지 중환자실 앞에 앉아있다 보면 복도를 오가는 많은 환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힘겨워하는 삶을 보다
보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내가 생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순간순간의
고통과, 절망과 싸우고 있는 나약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처럼 건강하다는 것과 생에 대한 강한 애착을 더더
욱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종종 무능력해지려는 나로부터 돌파구를 찾고자 병원의 중환자실을 찾았다.
두 번째 습관은 국립묘지를 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다 보면 많은 오해도 생기고, 슬픈 일들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거나 내가 해결하기 힘들다고 느낄 때, 주로 동작동 국립묘지에 있는 최봉섭 중위와 정기선 대위의 묘소
를 찾는다. 소주 한 병, 오징어, 땅콩, 꽃 두 다발을 들고 묘소를 찾으면 소대장님들은 늘 내 말을 잘 들어준다. 살아있
는 사람과의 대화도 필요하겠지만, 이미 고인이 된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위로가 된다. 내가 이렇게 괴로워
하는 것도 살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저들은 괴로워하고 싶어도 괴로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그것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나도 저렇게 언젠가는 묻히겠지 하고 생각
하다 보면, ‘그래. 뭔가 좋은 일을 하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하느님이 부르시면 당장이라도 가야
하는데... ‘그래, 욕심 내지 말자. 출세도 하지 말자. 돈도 벌려고 하지 말자. 사람답게 살자. 출세를 시켜주는 사람이 되
고, 돈을 벌어주는 사람이 되자.’ 하는 생각이 들며, 살아있음을 감사할 때가 참 많다.
세 번째, 모든 것이 너무나 혼란스러워 뭔가 결정해야 할 때는 등산을 한다. 그것은 나의 오만함을 꺾기 위한 것이다.
등산을 할 때 처음 산을 오를 때는 시장 터와 같이 많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 소리 저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산을 오르다 보면 점점 많은 사람들의 소리는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정상에 혼자 서 있고, 정상에 서면 누구의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누구나 어느 분야고 정상에 서면 낮은 곳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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