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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잉어
한 번은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잉어를 사오셨다. “오석아, 이 잉어는 너 운동하는 데 먹이려고 사왔으니 잡아라.”라는
것이다. 잉어는 싱싱했고 펄떡거리고 있었다. 나는 얼른 물을 대야에 받아서 넣었다. 그러자 잉어는 검고 푸르스름한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신나게 헤엄쳐 다녔다. 나는 한참을 보다가 어머니께 잉어를 기르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웃으시며“너보고 잡으라고 한 내가 잘못이지. 이리 줘.”하시더니 사정없이 머리를 두 동강 내시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어머니가 야속했고, 잉어에게 순간적으로나마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런 마음을
어머니는 알아채셨는지 앉으라고 하시더니, “오석아, 네가 생명을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 것은 이해하겠다만, 잉어의
운명은 자신을 우리에게 줘서 우리가 자신을 먹고 건강하게 살게 하고자 하는 것이 그들의 삶의 목적이란다.” 하고 날
이해시켜 주었다. 어린 심정이 그 바쁜 상황에서도 상처받을까 봐 자상하게 잉어에 관한 사항을 말씀해주시던
어머니의 자혜로움이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깊이 새겨져 있다. 사려 깊은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어머니께 어린 시절 삶을 배워서인지, 난 언제나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잉어 한 마리도 삶의 목적이 있는데, 하물며 인간이 삶의 목적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돕고, 내가 생을 마쳤을 때 주님께서 잘했다 하고
칭찬을 듣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는 고아원, 양로원, 장애인 돕기와 환경 보호 운동 등 사회운동을 많이
해왔다. 그러면서도 성경에서 말씀 하였듯이, 좋은 일을 할 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대로
실천하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내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내가 이렇게 좋은 일을 많이 했고, 좋지 않은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호소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대공원 3가지 체험
여기서 내가 직접 체험한 주님의 사랑 수십 가지 중에서, 몇 가지만 간증하고자 한다. 나는 주님이 살아계심을 믿기에
돈보다는 명예를, 명예보다는 명분을, 명분보다는 하느님 말씀을 먼저 생각하며 산다. 한 번은 애들 엄마와 결혼 전에
용인을 함께 간 적이 있었다.
놀이공원에 현대미술관인가 뭔가하는 야외조각공원이 있었고, 그날이 마침 주말인지라 수많은 인파가 있었다. 그런
데 애들 엄마 말이 이곳에 자기 오빠가 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수많은 인파 속에서 애들 엄마가 오빠를 찾는다는
것은 드넓은 백사장에서 진주를 찾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순간 나는 짧게 기도했다. ‘하느님, 나는 당신이 살아계
심을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애들 엄마에게 말했다. 내가 5분 이내로 오빠를 찾게 될 거라고. 사실은 먼저 기
도하는 가운데 이상하게 확신이 왔었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하고 애들 엄마는 그저 농담으로 듣고 안 믿는 눈치였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에서 “야, 진숙아! 너 여기 웬일이야?”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바로 아이들 엄마
의 오빠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우리는 함께 조각공원에 들어갔고, 거기서 나는 잠시 전에 벌어졌던
그 사건을 생각하면서 ‘하느님. 이번에도 한 번 더 뭔가 보여 주세요.’ 라고 속으로 읊었다. 그 때 애들 엄마가 이곳 수
백 작품 중에서, 딱 한 점이 김 아무개 라는 사람의 작품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신도 아직 그 분의 작품을 본 적이 없다
는 것이었다. 그 순간 또 기도했다. 물론 눈 뜨고 마음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또 확신 같은 것이 왔다. 그 분의 작품을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찾을 수 있노라고 자신했다.
하느님께서는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하느님을 알고자 시험하는 것이니 응석으로 알고 용서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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