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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도중에 포장마차에 잠시 들려서 가락국수를 먹는데, 여기저기 피가 내비치니까
주인 아저씨가 얼마나 겁을 내던지, 국수 한 그릇 뚝딱 먹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하숙집에 와서 자고 그 다음날 짐을 챙기는데, 신이란 친구가 들어왔다.
“권 형, 갑자기 짐은 왜 싸?”
“응, 그냥, 갈려고.”
“어제 동생들 문제는 내가 사과할게. 나랑 같이 있자.”
나는 아무 대꾸도 하기 싫었고, 몸 상태도 온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막 문을 열고
나 오니까, 어저께 나와 싸우다 중상을 입은 세 명을 빼고는 모두가 무릎을 꿇고 앉
아 있었다. 그리고 부담스럽게 내게 ‘형님’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신들 형님이
아니오.” 하고 급히 빠져 나오려 했다. 그러자 신이란 친구가 아이들 둘을 불러 내
짐을 들라고 시켰고, 내 조그마한 손가방은 자기가 직접 들어 주면서 용산 역까지 배
웅을 해 주었다. 배웅하면서 하는 말이 “아이들이 그러는데, 권 형 주먹이 그렇게
대단하다던데. 우리랑 함께 있으면 어떨까?” 했다. 나는 그럴 수 없노라고 딱 잘라
서 거절하고, 우리는 그대로 헤어졌다. 그것을 끝으로 오늘까지 그의 소식을 모른다.
그 길로 나는 여관을 하나 잡아서 약국을 다녔다. 약 10일 정도쯤 지나니까, 젊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었다. 그 동안은 약국에서 약만 열심히 먹고 발랐다.
그리고 또 직장을 찾으러 잠실로 가는데 난리가 났다. 길에는 무장을 한 경찰들이 쫙
깔렸고, 신문을 보니까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허망했
다. 내가 우리 어머니 다음으로 좋아했던 분이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그
어른이 총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것은 육 여사가 돌아가셔서 슬펐다기보다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박정희 대통령은 내게서 위대한 분이셨다. 나는
길 옆에서 권총을 차고 있는 경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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