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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도했다. 그런데 암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가슴에 와 닿았다. 아마도
그것을 알게 해 준 사람이 성령님이고, 하느님이고, 예수님이셨던 것 같다. 형님은
그냥 어머니 나이도 있고 하니, 그저 편안하게 돌아가시게 해야 한다고 하시며
가족들끼리 여행을 다녀왔고, 어머니만 그 이유를 모르고 계셨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우리 집에서만큼은 형님도, 누님도 내 생각을 가장 중요하게 들어주셨다.
그런 형님, 누님께 지금도 감사를 드린다. 나는 형님께 말씀을 드렸다. “돌아가실
땐 돌아가시더라도, 우리 형제들이 최선을 다 해보고 돌아가셔야지 우리도 후회가
없고, 어차피 가실 길이라면 어머니도 알고 계셔야 떠나실 준비를 할 게 아니냐.”
나의 간곡한 부탁에 형님과 가족들은 전부 다 내 뜻을 따라주었고, 어머니를
원자력병원에 모시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지오비 회사 일로 대한 투자신탁
대강당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어머니 곁에 있었다. 그리고 죄송스러웠다. 원자력병원에 어머니를
입원케 하고, 마침 진단방사선과에 근무하고 있는 친구 이미재 씨와 이영수 씨에게
어머니를 부탁하고 왔다. 암 이라던 결과는 조사하고 조사한 끝에, 그게 암이 아닌
것이고 그저 물 혹에 지나지 않았으며, 그것 역시 수술만 해도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상태를 지켜봐서, 더 발전하면 그때 제거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하느님께
감사했고, 온 가족들은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 때 또 하나를
배웠다. 만약 모두가 어머니가 암인 줄 알고 쉬, 쉬 했다면, 가족 분위기가 뭐가 되고,
없는 병도 다시 생겨 그것이 암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그 때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배웠다. ‘인명은 재천이다’라는 말이 참으로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느님과,
예수님과, 성령께 감사한다.
40) 교회를 다니시겠다는 어머니
그로부터 얼마 뒤, 저녁 무렵 일정을 막 끝내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시골에 계신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석아,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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