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V3_Book_RP
P. 40
내 꿈은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버려 남을 구하는 것 이였다. 예수님을 믿
기에 예수님의 삶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언제 끝마쳐도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 것은 나를 위한 삶이 아니고 남을 위해 사는 삶이라고 확신한다.
22) 개의 생명
나와 개는 5번에 걸친 인연이 있다. 첫 번째는 잠실 3단지 주공아파트에 살면서 무
궁화 테니스장을 운영할 때의 일이다. 그 날은 일찍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서 책을
보다가 저녁 늦게 뭘 좀 사려고 밖에 나왔는데, 아파트 옆 어둑한 곳에서 낑낑거리는
개의 소리를 들었다. 가 보니 개 한 마리가 죽어가고 있었다. 그 때 날씨가 워낙 추워
서 나는 두꺼운 코트를 입고 나갔었고, 개를 만져보니 몇 시간을 그렇게 있었는지 싸
늘했다. 얼마나 추웠을까… 그대로 두면 얼어 죽을 것 같아서, 얼른 코트를 벗어 감
싸안았다. 그리고 그저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를 안고 동물병원을 찾아 나
섰다. 이미 밤이 늦은 시간이었는지라 쉽게 찾을 수 없었고, 찾다가 찾다 겨우 구의
시장 입구에 있는 동물병원을 발견했다. 지금의 내 기억으로 아마 상호가 동도 동물
병원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곳에 개의 치료를 부탁하고 그 다음 날 다시 찾아갔더니
개는 이미 죽어 있었다. 수의사 말이 “개가 이상한 약을 먹었고, 너무 늦게 와서 살
릴 수 없었다.”고 했다. 약 먹었을 때 빨리 데려오지 그랬느냐 하기에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자기가 동물병원을 하면서 당신처럼 밤늦은 시간에 자기 개도 아니고 남
의 개를 살리겠다고, 이렇게 택시를 타고 병원 위치를 물어 물어 오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면서, 동물을 살리는 의사로서 오히려 고마워했다. 나는 그래도 치료비는
받으라고 돈을 내려고 하니까, 그는 아니라면서 한사코 사양했다. 나는 돌아오면서
그 수의사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정겹게 느껴졌다. 우리 사회가 모두 이 수
의사와 같은 마음만 가졌으면… 비록 개는 살리지 못했지만 죽는 개의 입장에서 볼
때, 그래도 누군가 자신을 살리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고는 갔으리라 생각하며 왠
지 가슴이 따뜻해져 왔고, 비록 죽기는 했지만 나로서는 생명을 살리려는 최선의 노
력을 다했기에 부끄럽지 않았고 그런 내 자신이 좋았다.
두 번째 개에 관한 이야기이다.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