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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그 아이가 내 결혼 대상이었다. 연애 편지를 쓸 때도

          한글을 몰라서 못 쓰겠고, 그래서 나는 더욱 더 열심히 공부했다. 내가 공부를 열심

          히 했던 것은 솔직히 말하면, ‘그 아이와 결혼하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였다.

          그 아이는 가끔 코피를 흘렸고, 나는 그때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차라리 내가
          코피를 대신 흘릴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흘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속으로만

          끙끙 속병을 앓고 있는데, 어느 날 희숙이 누님이 (그 아이에 대한) 내 마음을 아니

          까 “오석아, 나도 네가 참 괜찮은 애란 거 안다. 내 동생이지만…” 하면서, 직접 한

          번 해보라는 것이었다. 그 한마디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고, 맞춤법도 틀리는 삐뚤삐
          뚤한 글씨였지만, 내 마음을 담아 정성껏 그 아이에게 첫 번째 연애편지를 한 통 썼

          다. 그로 인해 나는 그 아이와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둘이서 남한천 다리 뚝방(방죽)

          쪽으로 평생 처음 그 아이와 한 번 걸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아이에게 사랑한다
          는 말은 못하고 그냥 가까이하기가 너무 힘들어 포기해야겠다고 말했더니, 그 애는

          나에게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미래는 미래에 맡겨 두자는 이야기처럼 들

          렸고, 나는 그때부터 그 것을 그 애도 나를 좋아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나는 언제나 그 아이만을 생각했고, 그 순간마다 내 가슴은 온통

          장밋빛 그 자체였다. 나는 그 아이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것이 나의 최대의

          목표가 됐고, 축구에 가졌던 불꽃같은 열정, 그리고 좌절, 연식정구에 가졌던 불꽃같
          은 열정, 그리고 좌절, 그 이후의 내 목표는 오로지 그 아이와 결혼해서 눈물 나도록

          잘해주고 싶었다. 모든 것을 그 애를 위해서 해주고 싶었고, 죽을 때까지 그 아이만

          사랑해 주고 싶었다. 어느덧 내 가슴은 그 아이와 인생을 설계하는 것으로 충만해 있
          었고, 가슴에는 축구나 연식정구에서 가졌던 그 불꽃같은 정열이 그 아이에 대한 사

          랑으로 옮겨 붙었다. 아마도 나는 불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무엇을 하던지 불같이 하

          는 성격 하나 밖에는 모른다. 그 당시 나는 첫사랑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고, 그 아이

          에 대한 첫사랑은 축구보다, 연식정구보다, 어쩌면 더 큰 소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수
          많은 날을 그 아이를 생각하면서 보냈다. 그 아이가 내 가슴에 있는 동안은 이 세상

          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바로 나였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언제나 가슴에 불을 안고

          살았다. 무엇인가 뜨거운 것을 하지 않고는 삶의 의미를 못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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