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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종종 무능력해지려는 나로부터 돌파구를 찾고자 병원의 중환자실을 찾
았다.
두 번째 습관은 국립묘지를 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다 보면 많은 오해도 생기고,
슬픈 일들도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문제가 생기거나 내가 해결하기 힘들다고 느낄
때, 주로 동작동 국립묘지에 있는 최봉섭 중위와 정기선 대위의 묘소를 찾는다. 소주
한 병, 오징어, 땅콩, 꽃 두 다발을 들고 묘소를 찾으면 소대장님들은 늘 내 말을 잘
들어준다. 살아있는 사람과의 대화도 필요하겠지만, 이미 고인이 된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위로가 된다.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것도 살아있기 때문이 아닌
가? 저들은 괴로워하고 싶어도 괴로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그것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나도 저렇
게 언젠가는 묻히겠지 하고 생각하다 보면, ‘그래. 뭔가 좋은 일을 하다 가야겠다’
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하느님이 부르시면 당장이라도 가야 하는데... ‘그
래, 욕심 내지 말자. 출세도 하지 말자. 돈도 벌려고 하지 말자. 사람답게 살자. 출세
를 시켜주는 사람이 되고, 돈을 벌어주는 사람이 되자.’하는 생각이 들며, 살아있음
을 감사할 때가 참 많다.
세 번째, 모든 것이 너무나 혼란스러워 뭔가 결정해야 할 때는 등산을 한다. 그것은
나의 오만함을 꺾기 위한 것이다. 등산을 할 때 처음 산을 오를 때는 시장 터와 같이
많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 소리 저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러나 산을 오르다 보면
점점 많은 사람들의 소리는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정상에 혼자 서 있고, 정상에 서면
누구의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누구나 어느 분야고 정상에 서면 낮은 곳의 소리를 들
을 수 없다.
연식 정구 코트에서 동료선수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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