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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를 타고 가던 길을 가면서, 왜 이렇게 세상 인정이 메말라 가는가 하고 안타
깝게 느낀 적이 있다. 죽은 개도 개지만, 죽은 개를 두고 이리저리 피해가기에만 급
급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슬픈 현대인들의 초상을 보는 것 같아 몹시 우울했다.
네 번째 개와의 이야기는 내가 공릉 테니스장을 운영할 때, 택시 운전하는 분들이 테
니스 코트 한 편을 임대해서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같이 보신탕이나 한 그릇 하자
고 했다. 나는 그다지 개고기를 즐겨 하지는 않지만 그저 먹을 기회가 있을 때는 결
코 마다하지는 않을 때였다. 그래서 난 그분들과 함께 갔는데 그 분들은 산으로 나를
안내했고 그 곳에 갔더니 개는 없고 여기저기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개가 올 것이라 했다. 정말 조금 있으니 누군가가 개를 끌고 왔
고 그 개를 묶더니 사정없이 뭔가로 내리쳤다. 그 순간 덜 묶였던 개는 쏜살같이 피
를 흘리며 산 속으로 달아났고, 뒤쫓아서 주인이라는 사람이 달려갔다. 얼마가 지나
자 개를 잡아서 끌고 주인이라는 친구가 돌아왔다. 누군가가 어떻게 잡았어? 하니까,
“내가 주인 아니야? OO야!” 하고 이름을 부르니까, 숨었다가 다시 나오더라는 이
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인간의 잔혹함에 환멸을 느꼈고 그 주인이란 친구에게 어떻
게 당신이 기르던 개에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냐고 화를 내고 돌아와 버렸다. 돌아오
는 길에 피 흘리며 달아나던 개의 모습과 뒤쫓던 주인이란 친구의 모습, 그리고 보지
는 못했지만 자기를 죽이려던 주인이 부른다고 해서 숨어있다가 다시 나오는 개와,
그 개에게 몹쓸 짓을 했을 것을 생각하니 다시금 오금이 저려오고 절로 고개가 절래
절래 흔들렸다. 개라는 동물은 역시 충직한 동물이구나 싶었고, 주인을 잘못 두어 몹
시 서운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며 지금도 개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강원도 횡성 지오비 문화단지에서의 일이다. 지오비 주주들과
직원들이 연수를 하기 위해 횡성 연수원에 모일 때, 연수원 입구를 막 들어가려는데
그곳에 있던 개가 차에 치여서 쓰러져 있었고, 개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보였다.
나는 교육도 좋지만 생명의 중요성이 더 크기에 최돈석 국장을 시켜서 시내 병원까
지 데려가 치료하고 오게 했다. 최국장이 병원에 개를 싣고 가는 바람에 자리를 비우
게 되자 그날 교육은 준비한 빔 프로젝트는 사용하지도 못하고 그저 육성으로만 강
의하고 말았지만, 나중에 그 개가 나아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참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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