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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기 있는 여러 조각 작품 가운데 그 분 작품은 바로 저것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주변의 특정한 지형지물을 가리키고 옆으로 몇 번째 뒤에서 몇 번째이다. 이렇게
지적하고 우리는 그 곳으로 가 봤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바로 그 조각작품이
애들 엄마가 말했던 작가의 작품이 아닌가. 애들 엄마도 나도 그 날의 희한한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뿐 아니다. 그 날 그 곳에 있는데 참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왠지 한 번만 더
뭔가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또 기도했다. ‘하느님, 염치없지만 한 번
만 더 보여 주세요. 한 번, 두 번은 실수로 된다고 하지만, 세 번은 실수가 아니지 않
겠습니까. 하느님, 한 번만 더 보여 주세요.’(우리 속담에 삼세판이란 단어도 있듯
이) 하는데 옆에서 꿩 한 마리가 ‘푸드득’ 하고 풀숲을 떠나 다른 수풀을 향해 날
아가는 것이었다. 그 순간 ‘하느님. 당신이 살아계신다면, 저 꿩을 내가 맨 손으로
잡게 해 주십시오’ 하고는 애들 엄마에게 그 자리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돌
아올 때까지 그대로 있으라고 하고, 나는 달아난 꿩을 향해 냅다 달렸다.
꿩의 체력이 더 좋으냐! 내 체력이 더 좋으냐! 시험하고도 싶었고, 이리 뛰면 저리
가고, 저리 날아가면 이리 뛰고, 꿩과 나는 한 판 전쟁을 벌였다. 너도 지치면 내려와
앉겠지. 그때 주워오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꿩이 내 눈에서 안 보이
는 곳으로 훌쩍 날아가 버리면 저 좋고 나 좋을 텐데, 이 녀석이 내 시야 가시권 안에
서만 움직이는지라 나는 산에서 한 두 시간은 족히 꿩과 실랑이를 했다. 높은 곳에
있는 벼랑의 나무에 올라가면 돌을 던져 내려앉게 하고, 그렇게 쫓고 쫓기는 싸움 끝
에 꿩이 지치니까 풀숲에 머리를 박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드디어 나는 만면에 미
소를 지으면서 그 꿩을 덮쳐서 잡았다. 옷은 엉망이었고, 팔뚝과 다리는 긁혀서 상처
투성이고, 누가 보면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내가 그 꿩을 맨 손으로
잡아서 오니까, 애들 얼마도 희한한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일단 나는 내가 맨 손으로 꿩을 잡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뒤, 다시 꿩을 산으로 날
려 돌려보냈다. 그 후 나는 주님께 서언(誓言)했다. 내 남은 생을 주님의 영광을 위
해 살겠노라고, 그리고 그 날 이후 나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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