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V3_Book_RP
P. 41

삼전동 35-16번지 반지하에 살고 있을 때인데, 주인집 강아지 하나가 그렇게 나를

          잘 따랐다. 집에 들어갈 때면 좋아서 어쩔 줄 몰랐고, 꼬리치며 그렇게 반갑게 나를

          늘 맞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생이었던 내가 대학에 강의를 받으러 가는 증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나는 늘 새벽에 테니스 코치를 하고, 낮에는 학교에 가서 수업
          을 듣고, 저녁에는 정구장에 라이트를 켜고 다시 코치하고, 단 1분 1초가 소중하던

          때인지라 늘 새벽 레슨을 하고 집에 와서는 그저 세수하고 학교에 가기 바빴다


          잠실 병원 앞에서 137번 버스를 타고 화양시장 입구에 내려서 학교를 가곤 했는데,
          그날도 여느 날과 같이 새벽 레슨을 끝내고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수업을 받으러 달

          려가는 중인데 자꾸만 방울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강아지가 날 쫓아오

          고 있는 것이었다. 가라고 소리치면 달아나다가도 도로 쫓아오고, 또 소리쳐서 보내
          면 또 따라오고 해서, 소리를 더 크게 질러 개가 달아나는 틈에 얼른 길을 건너 숨어

          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아지는 이리저리 나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다가 돌아

          갈 듯 했을 때 버스가 왔다. 출근 시간이고 해서 서로 버스를 타려고 달려가는 중에

          우연히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강아지는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더니, 내가 있는 쪽
          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안돼!” 하고 소리를 지를 틈도 없었다. 잠실 병원 앞쪽

          은 차도 많이 다녔고 대로였다. 그런데 강아지는 그저 나만 바라보고, 주위에 차가

          오고 가는 것은 보지도 않고 그냥 달려왔다. 그러는 사이 달려오던 트럭이 그대로 깔

          고 지나갔다. 바퀴 속에 깔리면서도 눈길은 끝까지 나를 주시하며 죽어갔다. 그날 그
          바퀴에 깔리면서도 끝까지 날 바라보던 한 생명과의 끈끈한 관계를 잊을 수가 없었

          다. 나는 그 날 이후 여러 날을 그 귀여운 강아지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했다. 왜 학교

          수업이 늦더라도 안아서 집에다 데려다 놓고 오지 못했던가 하는 후회와, 내 자신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무척이나 화가 났고, 나 자신에 대해 자책을 많이 했다.


          세 번째 개와의 인연은 공릉동에 있는 원자력 병원을 갈 때의 일이다. 공릉파출소 옆

          에 차들이 이리저리 뭔가를 피해서 지나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개가 차에 치
          여서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서로들 그저 피해가기 바빴고, 어느 누구 하나 내려서

          치우려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서 마주 오는 차들을 정지시켜 놓고 개를

          들어서 안전한 인도에 내려놓고 마침 경찰이 오고 있기에 큰 소리로 알리고









                                                                                                  41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