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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뜨거운 것을 하지 않고는 삶의 의미를 못 느낀다. 죽기 살기로 달리고 난
뒤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늘어진 몸의 만족감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
다. 그와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불꽃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언제나 뜨거워야만 사는 사람이고, 그렇게 자라왔다.
20) 큰아버지의 죽음
큰아버지의 상여를 매고, 사람들이 “아이고, 아이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곡을 했다. 그 행렬 뒤를 큰 집 형님, 형수님, 우리 집 형님, 누님
식구들이 뒤따를 때, 나는 큰아버지 사진을 품에 안고 맨 앞에서 걸어갔다.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실 걸 그렇게 우리 식구들에게 모질게 대했나 하고 생각하니, 서글
픈 생각이 들고 큰아버지가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졌다. 산에 올라가서 파놓은 땅에
큰아버지 시신을 묻는데, 나는 또 한 번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실 것을, 형제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 아버지께 아버지가 폐
병으로 시달리실 때까지 한 번도 도와주시지는 않고, 그저 잘못했다고 하시던 야속
한 큰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아프고 서글프게 내 가슴을 저며 왔다. 큰아버지는 그
렇게 돌아가셨다.
21) 깨달음을 위해
나는 깨달음을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첫 번째 습관은 삶에 의욕이 없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주로 병원의 중환자실을 찾아
간다. 몇 시간이고 무엇인가 느낄 때까지 중환자실 앞에 앉아있다 보면 복도를 오가
는 많은 환자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힘겨워하는 삶을 보다 보면 어느덧 나도 모
르게 내가 생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순간순간의 고통과, 절망과 싸우고 있는 나약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처럼
건강하다는 것과 생에 대한 강한 애착을 더더욱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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