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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壽石)
나는 수석을 좋아한다. 돌 중에는 잡석(雜石), 인공석(人工石), 수석(壽石)이 있는데, 잡석은 아무 쓸모 없는 돌,
인공석은 사람이 예쁘게 손으로든, 기계로든, 인위적으로 가공한 돌, 수석은 비바람이나 눈보라 등 자연이 빚은
돌이다. 잡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인공석은 싸게 또는 비싸게 팔리기도 하지만, 수석처럼 가치가 높은
수준까지는 아니다. 사람도 잡석 같은 사람이 있고, 인공석 같은 사람이 있고, 수석 같은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잡석 같은 사람은 남에게 피해만 주는 사람이고, 인공석 같은 사람은 있으나마나 한 사람, 자기 자신만 아는 사람이고,
수석 같은 사람이란 세상의 모든 풍파를 이기고 남을 위해 빛을 내는 사람, 남을 돕는 사람, 개천에서 용 난 사람,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남을 돕는 이런 사람을 우리는 ‘수석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잡석 같은 사람이 많으면 살기가 어렵고, 우리 사회가 인공석 같은 사람이 많으면 너무 이기주의 사회가
되어서 발전이 없고, 수석 같은 사람이 많으면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수석 같은 인간이 되려면, 많은 인간적 고뇌를 맛보아야 한다. 그래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라고 했듯이, 우리는 고생을 좀 많이 해 봐야 한다.
그러면 무조건 고생만 많이 하면 경험이 되느냐, 그리고 수석 같은 삶이 되느냐?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고생도 고생
나름이다. 수석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남을 위해 고생하며 스스로 깨달아야 하고, 인공석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노력하면서 고생해야 인공석 같은 인간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잡석 같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으나, 남에게 피해만 주고 사는 삶은 잡석 같은 삶으로써,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삶인 것이다.
수석 같은 삶을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기본 코스가 봉사와 헌신이다. 오늘 여기서 내가 배운 몇 가지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성경 말씀에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을 실행해 보고 주님의 축복을 받았다.
수호 엄마
1990년도의 일이었다. 그 때 내가 세종대학교 대학원을 다닐 때 쯤이었던 것 같다. 수호 엄마라고 하시는 분이 월 회
비를 내고 공릉테니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자꾸만 월 회비가 비싸다, 레슨비가 비싸다, 하여튼
좀 피곤하게 하는 분이라서, 학교에 갔다 테니스장에 오면 그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내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원 기말고사가 내일인데도 일이 많아서 공부를 못했다. 그날 밤, 밤을 새워서 벼락치기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애들 엄마에게 먹을 것을 준비해 놓으라고 하고, 막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전화를 받았고, 수호 엄마는 울먹이면서 서울이 타향이라 친척도 없고, 그래서 전화를 드렸노라 하면서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집 안에 시어머니와 자신밖에 없어서, 밤이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좀 망설이다 대답을 했다. 수호 엄마 하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다 보니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다는
데, 그리고 아는 사람이 도와달라는데 어떻게 안 가겠는가 싶어서 주소를 물으니까, 중계동 한신 코아백화점 뒤에 있
는 청구아파트 8층 몇 호였다. 나는 그리로 가면서 원자력병원에 근무하던 이미재 씨와 이영수 씨에게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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