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V5_Book_EsseyBiz
P. 108
원기 회복
내가 체험한 것 중에서 삶의 의미를 못 느낄 때, 나는 몇 가지 행동을 통해서 원기를 회복한다. 어떤 때는 내가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죽음이 뭔지, 삶이 뭔지, 하느님이 주시는
시련인가, 아니면 내가 어리석어서 당하는 시련인가, 종종 이런 슬럼프에 빠질 때, 나는 이렇게 넘긴다. 병원 영안실
앞이나 중환자실 앞에 앉아서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그냥 앉아 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운다.
통곡하고 오열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다는 것은 곧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죽은 자에게는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기회가 있다는 것은, 아직도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복싱의 ‘홍수환’ 선수가 ‘카라스키야’를 아놀드 더반에서 4번 다운되고 난 후 5번째에 KO시켰을 때, 우리는
사전 오기의 신화라고 말하면서 기뻐하지 않았는가. 가뭄 끝에 단비가 오면 그 비가 더욱 귀하게 느껴지듯이, 진한
어려움 속에서 그것을 극복했을 때 더욱 큰 자신감이 붙듯이,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이 꿔왔던 꿈을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본다.
나는 고통과 고뇌 속에서 인생의 참 맛을 봤다. 지오비(GOB) 사업도 그러했다. 나는 어려움이 닥칠 때 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기뻐도 한 평생, 슬퍼도 한 평생.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순간일 뿐, 지나고 나면 추억이기는 마찬가지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는 것이지, 기쁜 추억은 남고 슬픈 추억은 안 남는 게 아니라, 추억은 그저 추억일 뿐이고 순간은
지나간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평생의 노력이 순간을 좌우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라고 말했지 않겠나 싶다. 나빴던 추억도, 좋았던 추억도,
언젠가 돌이켜보면 아름답게 느껴질 날이 올 것이다.
삶에 관해서
나는 삶에 대해서 종종 생각해 본다. 삶이라 함은 육체와 정신, 육체는 뭐고, 또 정신은 뭔가. 인체의 구조,
생리학적으로 말하면 206개의 뼈와 650여 개의 장단근육, 그리고 수많은 신경들로 이루어져 있고, 뇌와 여러 가지
장기들로 이뤄져 있다. 그것이 다일까?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그것이 다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육체는 어차피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하느님이 태초에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어) 그
흙에다 생기를 불어넣어서 영생을 주셨다고 했다. 희랍철학의 완성자라고 불리는 플라티노스(Plotinus)의
유출설(流出說 Emanation : 우주의 모든 존재와 생명이 우주의 본질로부터 흘러나온다는 말)에서 보면 영혼(soul),
마음(mind)에는 죄가 없고, 오로지 물질(materials)의 세계에만 죄가 존재한다고 한다. 여기서 영혼은 뭐고, 마음은
또 뭐란 말인가.
이런 질문에 질문을 계속하게 되고,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Descartes)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생각하지 않으면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뜻도 되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
존재의 가치라고도 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는 게 힘이다(knowledge is power)’, 또는 ‘모르는 게 약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혼돈하게 하고, 누구도 이것이 인생이고, 이것이 삶이며, 어떻게 사는 게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가르쳐 주는 사람 없고, 누구도 단정짓는 사람이 없다. 있다면 오히려 이상할지 모른다.
- 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