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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
문제는 검열 가능성이다.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뉴IP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뉴IP에선 새로운 주소를 추가
하려면 망들이 추적 기능을 가져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한 소통을 검열하고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FT에 따르면 실제로 화웨이는 ITU에 뉴IP를 제안하는 과
정에서 특정 인터넷 주소로의 통신을 끊는 ‘셧업 명령 인터넷 표준 논쟁은 사실상 글로벌 세력전 양상을 보이
(shut up command)’ 기능이 있음을 인정했다. 원래 이 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축이 된 제3세계 그룹은 기
셧업 명령은 불필요한 시간 지연과 에너지 소비를 막는 기 존 인터넷 시스템에 불만이 많다. 인터넷의 전신은 미국
능이긴 하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선 감시와 검열수단으로 이 1968년 만든 아파넷(ARPANET)이다. 이때부터 미국
악용될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은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을 행사했다. 상무부 산하 국가
정보통신국(NTIA)을 통해 민간 다자기구인 국제인터넷
당연히 이에 우려를 나타내는 건 미국, 영국, 스웨덴 등 서 주소관리기구(ICANN)를 통제해서다.
방 국가다. 이들은 중국판 뉴IP가 적용되면 정부 또는 국영
통신사업자가 일반 시민의 인터넷 이용을 감시, 통제할 수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자연스러운 제3세계 국가에선 정
있다고 본다. 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원칙으로 내세운 미국의 인터넷
시스템이 못마땅하다.
물론 현재로선 중국의 계획이 실현될 확률은
낮다.
마침 중국이 대안도 제시했다. 더힐은 “지난 2005년
~2018년까지 중국의 인터넷 방화망인 ‘만리방화벽’의
성과는 많은 국가에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통제가 가능
함을 보여줬다”며 “이로 인해 러시아, 이란, 터키,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자국 내 인터넷 콘텐트를 통제할 수 있는
FT에 따르면 당초 중국과 화웨이는 11월 인도에서 열리 법적, 기술적 수단을 개발하는 데 힘쓰게 만들었다”고 전
기로 했던 ITU 회의에서 뉴IP를 새 표준으로 밀어붙일 생 했다.
각이었다. ITU 사무총장이 중국인 자오허우린(趙厚麟)이
란 점도 기대했다.
결국 이들 국가가 중국판 인터넷에 대한 관심을 끄지 않
는 한 인터넷 표준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은 제3
세계 지지를 등에 업고 뉴IP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전 세계 IT 네트워크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을 막으려 필사적이다. 이른바 위챗과 틱톡
자오허우린 ITU 사무총장 을 제재하는 등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동
맹국 IT 기업에 중국과의 거래를 끊기를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회의 개최 여부는 불분명하다. 슈밋 전 회장의 두 개의 인터넷 예언, 아직은 실현 가능성
더구나 화웨이는 현재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운신의 폭 이 꽤 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미·중 기술 패권 전
이 좁아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중국의 인터넷 쟁으로 귀결될 것이다.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
표준 제안이 국제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작다”라고 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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