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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4대 1 패싸움
하루는 영주를 다녀오는데(약 12km), 안정면사무소 골목에서 또래 집단 4명을 만
났다. 그 때만 하더라도 이 지역, 저 지역 학교마다 소위 ‘그렇고 그런’ 불량 학생
들과 서로간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있을 때였다. 나는 그들이 보자는 데로 따라갔고,
그들은 가방에 있는 것을 다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거절했고 결국 4대 1로 엉겨
붙어 한 판 싸움을 했다. 결과는 나에게 덤벼든 4명의 완패였다. 나는 그 때 처음 주
먹에 대한 자신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싸움을 벌인 후, 함께 개울로 가서 손을 씻고
헤어졌다. 물론 군기도 잡고, 앞으로 까불지 말라고 괜히 으스대다가 보냈고, 올라오
면서 왠지 주먹이 근질근질하고 누구든지 한 판 붙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
내는데, 학교에 낼 돈이 없어서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12) 축구선수
그러던 중, 학교에서는 축구 선수를 뽑게 되었다. 축구 선수가 되면 유니폼도 주고,
추리닝도 주고, 공납금도 면제해 주고, 맛있는 옥수수 빵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었다. 나는 테스트에 합격해서 축구 선수가 되었고, 참 열심히 운동했다. 초등학생이
새벽부터 연습하고, 집에 가서 아침 먹고, 또 오전에 연습하고, 점심 먹고 오후에 연
습하고, 그야말로 하루 종일 공만 찼다.
김석조 선생님, 유종근 선생님, 최종근 선생님에게 계속해서 축구를 배웠다. 나는 승
부욕이 남들보다 강해서, 남들이 저녁 연습이 끝나고 다들 집에 돌아가면, 나는 남 몰
래 축구공을 가지고 도로 학교로 갔다. 달빛 아래에서 혼자 달리면서, 혼자 슛하고,
소리 지르고, 킥 하고, 혼자서 센터링하고, 달려가서 슛하고, 골인하고, 혼자서 신나
게 달리고, 점프하고… 무작정 열심히 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숙직 선생님께 그 모습
을 들켜서, 도둑인 줄 아시고 몽둥이를 들고 나오신 적도 있었고, 어떤 선생님은 그런
나를 칭찬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그 중 한 분이 바로 장정식 선생님이셨다.
13) 장정식 선생님 시(詩)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인 <인간 시대>에 나오셨던, 한 평생을 평교사로 살아가신다
는 그 선생님이셨다. 참 훌륭한 선생님이셨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했고, 늘 밤
10~12시까지 운동을 했고, 운동을 하다가 지치면 그대로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 큰
대자로 누워서 하늘의 별들을 벗삼아 이야기했다. 그 때만 해도 별들이 참 밝게 빛났
다. 서울에서처럼 어디에 별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
이 났었다. 나는 누워서 하늘의 별들과 곧잘 이야기하곤 했다. 별들은 내 말을 알아듣
기라도 한다는 듯, 더욱 더 반짝반짝 빛을 냈고, 그런 그들은 언제나 내 좋은 친구였
다. 별들은 언제나 듣기만 했지, 말하지는 않았다. 참으로 좋은 카운슬러(Counselor)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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