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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 두들겨 맞고 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실컷 때려주고 치료비를 물어주는 편이
더 기분 괜찮네.” 하시면서 빙그레 웃으시는 것이었다. 물론 야단을 맞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왜 야단을 치지 않으셨는지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미
크게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있던 그 자체가 사실상 벌을 받고 있는 일이었던 셈이다.
나는 속으로 참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 후에도 나는 참 많은 싸움을 했다.
9) 태준과의 싸움
어느 날은 풍기초등학교 후문에서 가게를 하는 집 아들인 태준이와 싸우게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태준이도 고집이 무척 강했다. 맞고 나면 덤비고, 맞고 나면 또 덤비고,
어머니의 치료비 부담 때문에 심하게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질 수는 없었기에 적
당히 최선을 다했고, 늘 조금 앞섰다. 그래도 태준이는 끈기가 있었다. 몇 번을 그렇
게 하고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 이후부터는 안 덤볐다.
그 즈음에 나는 점점 더 싸움꾼으로 명성을 얻어갔고, 어느덧 동창들 사이에서 싸움
꾼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주먹 쓰는 연습을 하는 날이 늘어갔다.
10) 검은 띠 선배와의 싸움
경찰서 앞에 있는 ‘청도관’이라는 태권도장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 그 때 나는 막
입문했을 때였는데, 검은 띠를 맨 선배가 자꾸만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나는 남한다
리 밑에서 만나자고 했고, 그 선배는 창피했는지 혼자 왔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지만
그 선배가 혼자 온 것은 이해가 잘 안 됐다. 친구들도 많이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 선
배와 난 한 판 붙었고, 결과는 나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그는 태권도 품세로 내 기를
죽이려 했는데, 나는 품세고 뭐고 냅다 달려들어 소위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때려줬고, 싸움이 시작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는 무조건 항복을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두 번 다시는 내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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