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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도 준비되지 않았고, 전문가도 없고, 임원도 어떤 공통점이 없고 하다 보니,
초창기에 사업을 진행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고, 또 시기적으로는 IMF 사태가 가장
깊어 가던 때여서 불신 풍조가 만연해 있었고, 한탕주의가 판을 칠 뿐만 아니라 소위
벤처기업이나 다단계들이 판을 치는 가운데, 소위 ‘떴다방’들이 유행하다 보니
사람들의 보는 시각이 ‘돈 모이면 뜨는 거 아냐?’ 뭐 이런 식의 생각들이었다.
이런 것들도 어렵기는 했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란 의식의 결여가 가장 힘들었다.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나 혼자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화장지도 몰래 집어가고,
비누도 집어가고, 무엇 하나 사무실에 놓아둘 수가 없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주인의식을 가르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고 평균 나이도 처음에는 60세가
넘었다.
그러나 어차피 이 사업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사업이고, 다음 후손들에게
물려줄 사업인데, 우리가 좀 고생하더라도 부동산도 구입하고, 연수원도 구입해서
함께 사는 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것은 우리가 떴다방도 아니고, 또 하루
이틀만 하고 그만둘 사업도 아니며 하는 등,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고자 하는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오비 사업이라 말해주었다.
26) 소액주주가 주인인 조합형 회사
지오비 사업이란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100%를 출자한 자금에 의하여,
운영되도록 되어있는 사업이다. 나는 전에 주식회사 서한항공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식회사가 지닌 문제들을 찾아낸 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법인은 51%의 지분을 가진 소수 대주주에게 49%의 지분을 가진 다수
소액주주가 주식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데, 당연히 51%의 대주주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그 경영권을 가지도록 되어있다. 그 때문에 49%의
지분만을 가진 소액주주들은 늘 뒷전에서 굿이나 보는 처지였고, 불만과 의혹을
더욱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주식회사가 지닌 현실이다.
그런 기업들의 주주총회는 고함과 삿대질, 몸싸움은 물론 주총꾼들의 소굴이나 다름
이 없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주식회사의 형태가 지속되
는 한, 그런 아비규환의 싸움터는 계속될 것이고, 51%를 가진 대주주는 소액주주들
로부터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자신이 가진 51%의 지분의 가치를 고의적으로 올
려놓거나, 분식회계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현행과 같
은 주식회사 제도 아래에서는 분식 회계 뿐만 아니라, 이중장부 등으로 소액주주들
의 눈을 가리고 세무당국이나 감독기관을 속이면서 대주주의 이득을 노리는 행위는
계속될 것이고, 이것을 깨기 위한 사업의 형태가 100% 소액주주 회사 형태이다. 나
는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대주주 만을 배 불리는 그런 기업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참가하여 함께 일하고, 그 결과 얻어진 정당한 수익을 정당하게 함께 나누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특정 집단이나 대주주가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
주들이 승낙하여 고용한 전문경영인들에 의하여 깨끗하고 투명하게 회사가 꾸려져
나가기를 희망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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