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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라고 하고, 픽톤(Pickton)에 있는 순복음교회 기도원을 찾아가서 기도하고
아침 9시에 약속한 이미그래이션에 나갔다. 하느님께서 지혜를 주셨다. 약속했던
시간에 기다리고 있으니까, 정확하게 불렀다. 나는 들어갔고, 통역도 쓰지 않았다.
필요한 문장만 외우고 하고 싶은 말만 정리해서 이야기했다. 당신이 내게 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냐고 했더니, 30분을 주겠다고 했다. “좋다. 그 30분 동안은 내 말을
들어달라. 나는 영어가 짧아서, 당신이 중간에 끊으면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3분 동안 내가 호주에 오게 된 동기에 관해서 말했다. 3분
동안 호주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말했다. 4분 동안 우리 가족에 대해서 말했다. 5분
동안 각종 증빙서류를 가지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증빙했다. 그리고 나머지
15분을 가지고 내 생각을 전했다. 나는 내 오른쪽에서 100불짜리 호주 달러를
꺼냈다. 그리고 그에게 이게 누구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당신 것이오.”
했다. 이번에는 반대쪽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그럼 이건 누구 거요?”,
그러자 그는 역시나 “당연히 당신 것이죠.” 했다. 그 다음은 바지 주머니에서
도장을 꺼냈다. “이건 누구 거요?”, “그야 당신 것이죠.” 이번에는 반대쪽
바지에서 또 동전을 꺼냈다. 내 속셈은 30분, 그것도 15분밖에 없는 시간 동안, 살아
온 문화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언어가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질 나게 만들어서, 결정적인 시기에 나도 성질을 내면서 마무리를 짓는 쇼크(충격)
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를 약 올리는 것에 시간을 계속 보냈는데,
그는 생각보다 참을성이 많았다. 이것 가지고 약 올려도 당신 것이요, 저것 가지고
약을 올려도 당신 것이요, 도무지 화를 안 내서 내 의도에 걸려들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서서히 참는데 한계를 느꼈는지, 당신 지금 바쁜 사람 데리고 농담이나
하냐고 신경질을 확 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 불같이 화를 냈다. “나는
호주인들이 정직하다고 들었다! 내게 분명히 당신은 30분이란 시간을 내 줬고, 나는
그 시간을 당신으로부터 분명히 허락 받았고, 당신에게 30분 동안 만큼은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부탁까지 했고, 당신은 그걸 승낙했는데 어찌해서 당신이 내 말을
끊었느냐. 내가 이 30분에 따라서 우리네 식구의 한국 행이냐, 호주 체류냐가
결정되는데, 내가 당신하고 농담이나 하고 싶겠느냐. 당신과 나는 피부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그러다 보니 30분이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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