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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속을 지켰다. 할 말이 더 있었지만, 그와 약속한 시간이 30분이었는지라
이만 말을 끊고 일어났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내가 노린 승부수(勝負手)였다. 그가
나를 붙잡으면 승산이 있는 것이고, 그냥 우스운 놈이네 하고 보내 버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다행히 그는 관대했다. 아까 자신이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나와의 약속을
어긴 것이 미안했는지, 그 때 나를 붙잡으면서 사과를 했다. “아까, 미안했다. 말을
끊어서. 그리고 당신이 시간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을 보니, 당신은 정직한 사람
같다. 편하게 시간을 좀 더 주겠다. 이야기 하라.” 했다. 나는 조금 더 시간을 번
셈이었다. 이럴 때 연장 시간 좀 받았다고 마음을 놓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나는 빨리 빨리 말했다. 한국은 자동차가 왼쪽, 당신네 나라는 오른쪽
통행을 한다, 한국은 톱질을 할 때 당길 때 썰어지지만, 당신들의 톱은 밀 때
썰어진다. 우리는 등을 켤 때 스위치를 올려야 켜지지만, 당신네는 스위치를 내려야
켜지고, 우리는 강남이 부촌(富村)인데, 당신들은 강북이 부촌이다. 그런 식으로
10여 가지 사례를 드니까 ‘하, 참 재미있다.’ 하면서 그 눈빛을 보니까, 내 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함을 느꼈다. 나는 “그래서 말씀을 드리는 것인데, 호주는 호주의
관습이 있듯이, 한국은 한국의 관습이 있다. 아까 내가 이쪽저쪽 주머니에서 물건과
돈을 꺼내서 누구 것이냐고 물어본 것은, 호주와 한국의 관습 차이를 말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는 내 아이들이나 애들 엄마가 무엇을 배우고자 하면, 내가
돈을 준다. 그 돈이 오른쪽에서 꺼내서 주건, 왼쪽에서 꺼내서 주건, 그것은 분명히
내 돈인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여자 재산 다르고 남자 재산을 다르고 하지
않는다.(꼭 필요한 경우나, 이혼할 경우를 제외한 경우 이외는 빼고) 그런데 호주는
여자의 재산과 남자의 재산이 결혼한 부부일지라도 서로 구분한다. 이 경우에는
분명히 랭귀지든 뭐든 각자가 자산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호주의 법이 맞지만,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그러므로 감히 청구하는데, 한국인을 받아들였으면 한국의
법도 존중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감히 당신에게
요청하는데, 내가 낸 돈으로 내 가족이 대신 배우게 하고 싶고, 내가 발급받은
여권으로 내 가족에게 그 권한을 변경하여 넘겨주고 싶다. 만약 오늘 나의 이런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호주에 대한 나의 인상은 안 좋을 것이다.”
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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