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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용호와의 싸움
내가 다니던 풍기초등학교는 풍기 읍내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었고, 꽤 오랜 역사를
지닌 학교였다. 전교생은 학년별로 여섯 학급이나 되는 지방에서는 그나마 제법 큰
학교였다. 풍기는 자고로 인삼과 사과가 많이 났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그런지,
사람들의 기질도 억센 편이었다. 나는 그 풍기초등학교를 다녔었는데, 도담에서 그
곳으로 전학을 가는 바람에 풍기초등학교의 사정을 잘 몰랐다.
그 학교에서는 용호라는 아이가 주먹도 세고, 깡다구도 있고, 학우들에게도 사나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나는 그냥 친구니까, 또 그 친구가 한 손이 좀 자유롭지 못
하니까, 돕는 차원에서 매번 그 친구의 가방을 들어다 주곤 했다. 그랬는데 어느 날
누군가의 입에서 “오석이는 용호의 꼬붕이래요~” 하고 나를 놀리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그 ‘꼬붕’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こぶん. 본래 ‘수양아들’
을 뜻하는 일본어. 후에 ‘아랫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속어’를 뜻하게 됨.) 나중에
그 의미를 알고 나서는 굉장히 화를 냈고, 그로 인해 용호와 나는 한 판 싸움을 벌이
게 되었다. 교내에서는 방과 후에 오석이랑 용호가 한 판 붙는다며 급보가 퍼졌고,
거의 모두가 용호가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는 눈치였다. 제각기 한 마디씩 하는 게,
용호의 주먹이 무척이나 재빠르고 세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진다는 생각은 없었
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고, 풍기면사무소 뒤 은행나무 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가 보니
까 친구들이 벌써 모여 있었고, 용호도 나를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책가방을
내려놓고 용호를 막 노려보고 있는데, 순간 얼굴이 번쩍 했다. 그리고 뜨거운 뭔가가
코에서 흘러내렸다. 싸우러 가기 전에 친구 중 누군가가 “용호의 선방을 조심해라.”
라고 미리 말해 주기는 했는데, 그냥 무방비 상태에서 선방을 먹었고, 한 손으로 흘
러내리는 코피를 쓱 훔치고 확인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이성을 잃고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용호는 나의 기세에 싸움 다운 싸움 한 번 못 해보고, 사정없이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용호를 번쩍 들어서 한 쪽 배수구 옆에 내던지고 사정
없이 밟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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