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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성경 말씀에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때의 체험 때문에 나는 한 번도 누구를 법에 고소해 본 적이 없다. P씨 문제를 놓고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고소를 안 하려고, 사랑으로 대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이 나에게만 해당된다면 또 참겠는데, 수많은 어려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피해를
입었고, 종래에는 하느님께서 욕을 먹게 될 것 같아서 참 가슴이 아프다. 지금이라도
뉘우쳐 주었으면 좋으련만… 세상은 늘 진실이 이기는 것 만은 아닌 것 같다.
44) 어려운 사건
나는 이번에 소중한 것을 얻었다. 자유의 소중함. 그것은 곧 시간의 소중함이었고,
‘오늘 내가 무의미하게 보낸 하루는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싶었던
오늘이다.’라는 것을 알았고,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나는 이번에
돌아가면 자유로운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할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참 어려운 국면에
직면하는 경우를 만날 것이다. 흑이다, 백이다. 이렇게 뭔가가 분명하면 좋은데 이래도
손해, 저래도 손해인 경우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인 경우가 종종 우리 사회에는 있다.
나 역시도 그런 경험을 했다. 내가 한신 아파트 (도봉동) 테니스 코트를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한 사람이 나를 그렇게 미워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밀어내고 한신
아파트 테니스 코트를 차지하려고, 나쁜 소문이란 나쁜 소문은 다 내고 다니고 해서
정말 괴로웠다.
그는 또 친화력도 있어서, 제법 많은 사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120명
중에서 80명 정도가 내 사람이라면, 나머지 40명 정도는 그가 자기 사람으로 포섭을 해
놓았다. 내가 싸워서 이기면 그들이 떠날 것이고, 그러면 40명이란 고객을 잃게 된다. 물
론 투표로 하면 내가 이기지만 이겨도 손해였다. 나는 목욕탕에서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면서 고민에 고민을 계속했고, 그 결과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그 사람 한 사람만 솎
아 내야지, 다른 사람을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었다.
내 사람을 이끌고 가면 저쪽에서는 뭉치게 되고, 그러면 대치국면이 되어서, 사건의 본
질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얻은 답은 ‘인격’으로 부딪히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야비
함을 그 쪽 사람들에게 알려줘서, 거기서 내가 이기면 그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그래서
나는 양심에 호소하기로 했다. 그 날 사태가 시끄러워지다 보니, 관리 사무소에서 테니
스 동호회가 모여서 새로운 관리인을 결정하기로 했다. 나는 일부러 내 가까운 사람들을
하나도 못 나오게 했다. 그리고 투표에 임했다. 딱 한 사람만 미리 짜고 갔다. 그러자
120여 명 중에서 40여 명밖에는 안 왔다. 당연히 그 코치는 너무너무 신나 했다. 이제
이기는 것은 시간 문제고 모두가 자기 사람이니, 당연히 신이 날 수밖에. 그래서 “그럼
빨리 투표 합시다!” 하는데, 나하고 사전에 이야기하고 들어온 사람이 한마디 했다.
“오늘 우리 테니스 코트를 관리해 줄 사람을 뽑는 날인데, 두 사람 하나하나 말이나 들
어보고 결정합시다.” 모두들 좋다고 했다. 그가 먼저 말했고, “열심히 관리하겠다.”
했다. 그의 발언이 끝나고 내가 이야기 할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이 한 판에 모든 걸 걸
어야 했다. 나는 일어서서 솔직하게 말했다. “회원 여러분, 오늘 제 전화 받고 나오신
분 계신가요?” 물론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그 쪽이니, 그 친구의 전화만을 받고 왔을
수밖에. 손을 들어 보라니까, 아무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럼 투표하면 무조건 제가
지겠지요?” 했더니 어리둥절해졌다. 그래서 솔직하게 내가 고민했던 것을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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