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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청년부 수련회에서 생긴 일이다. 바닷가 어느 학교를 빌려서 청년부 하계
수련회를 했는데, 그 날 청년부가 야외에서 밤늦게까지 기도회를 갖게 되었다. 나는
산에서 모닥불을 지피면서 저 청년들이 밤새도록 기도할 수 있도록, 이 불을 지피는
일은 내가 하고 주님께서는 이 불이 꺼지지 않도록 내가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늦게까지 나는 모닥불을 피웠고, 청년들은 기도하다가 추우면 잠깐 잠깐
와서 손을 녹이고 가곤 했다. 추운 계절은 아니었지만, 산 속이고 늦은 밤에는 추웠다.
그 때 불을 피우면서 빨갛게 타는 불 속에서 하나의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은 저렇게 어두운 곳이나 혼자만의 곳, 그리고 눈을 꼭 감고 기도해야 하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나는 그 궁금증을 내일 아침 목사님이나 믿음이 좋은 형제에게
물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산상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왔다.
27) 눈을 뜨고도 기도할 수 있다
나는 산상기도회에서 ‘왜 사람들은 꼭 눈을 감고 기도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눈 뜨고 기도할 수는 없을까요?’ 라고 하느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것에 대한
의문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교회를 빌려서 수련회를 했는데, 새벽녘에 좀 눈을
붙이고 막 교회에 가니까 그날 목사님 설교 제목이 ‘눈 뜨고 기도할 수 있다’ 였다.
나는 그때 너무너무 놀랐고 하느님이 나의 질문에 즉답을 해준 사건이었다. 나는
가슴을 진정시킬 길이 없어서 쿵쾅거리는 흥분된 가슴을 안고 청년부에 나갔다
온다는 양해를 구하고 혼자서 바닷가로 뛰쳐나갔다. 그 날은 무척이나 바람이
심했고, 파도는 집채만큼 일렁댔다. 나는 높은 정자에 올라서서 바다 가득히
포효하는 큰 파도를 내려다 봤다. 대자연의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제아무리 잘났다고 소리쳐도 그것은 한낱 하찮은 것에 불과할 뿐이었다. 저
엄청난 파도 속에, 제아무리 강하다고 하는 무인(武人)이라 해도 몸을 던져 놓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저 엄청난 자연은 과연 누가 만들었겠는가?
그것은 하느님이다. 인간은 그 누구도 이 엄청난 자연을 만들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신만이 가능하다. 그 때 나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대자연의 그 위대함을 눈으로 직접
보았고, 머리로 알던 것을 가슴으로 느끼게 됐다. 그것은 또 다른 하나의 불씨가 내
가슴에 심어지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성령의 불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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