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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하고 소리를 지를 틈도 없었다. 잠실 병원 앞쪽은 차도 많이 다녔고 대로
          였다. 그런데 강아지는 그저 나만 바라보고, 주위에 차가 오고 가는 것은 보지도 않고
          그냥 달려왔다. 그러는 사이 달려오던 트럭이 그대로 깔고 지나갔다. 바퀴 속에 깔리
          면서도 눈길은 끝까지 나를 주시하며 죽어갔다. 그날 그 바퀴에 깔리면서도 끝까지
          날 바라보던 한 생명과의 끈끈한 관계를 잊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날 이후 여러 날
          을 그 귀여운 강아지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했다. 왜 학교 수업이 늦더라도 안아서 집
          에다 데려다 놓고 오지 못했던가 하는 후회와, 내 자신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무
          척이나 화가 났고, 나 자신에 대해 자책을 많이 했다.




          세 번째 개와의 인연은 공릉동에 있는 원자력 병원을 갈 때의 일이다. 공릉파출소 옆
          에 차들이 이리저리 뭔가를 피해서 지나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개가 차에 치
          여서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서로들 그저 피해가기 바빴고, 어느 누구 하나 내려서
          치우려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서 마주 오는 차들을 정지시켜 놓고 개를
          들어서 안전한 인도에 내려놓고 마침 경찰이 오고 있기에 큰 소리로 알리고 다시 차
          를 타고 가던 길을 가면서, 왜 이렇게 세상 인정이 메말라 가는가 하고 안타깝게 느
          낀 적이 있다. 죽은 개도 개지만, 죽은 개를 두고 이리저리 피해가기에만 급급한 사람
          들의 모습에서 슬픈 현대인들의 초상을 보는 것 같아 몹시 우울했다.



          네 번째 개와의 이야기는 내가 공릉 테니스장을 운영할 때, 택시 운전하는 분들이 테
          니스 코트 한 편을 임대해서 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같이 보신탕이나 한 그릇 하자
          고 했다. 나는 그다지 개고기를 즐겨 하지는 않지만 그저 먹을 기회가 있을 때는 결
          코 마다하지는 않을 때였다. 그래서 난 그분들과 함께 갔는데 그 분들은 산으로 나를
          안내했고 그 곳에 갔더니 개는 없고 여기저기서 돗자리를 깔아놓고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개가 올 것이라 했다. 정말 조금 있으니 누군가가 개를 끌고 왔
          고 그 개를 묶더니 사정없이 뭔가로 내리쳤다. 그 순간 덜 묶였던 개는 쏜살같이 피
          를 흘리며 산 속으로 달아났고, 뒤쫓아서 주인이라는 사람이 달려갔다. 얼마가 지나
          자 개를 잡아서 끌고 주인이라는 친구가 돌아왔다. 누군가가 어떻게 잡았어? 하니까,
          “내가 주인 아니야? OO야!” 하고 이름을 부르니까, 숨었다가 다시 나오더라는 이
          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인간의 잔혹함에 환멸을 느꼈고 그 주인이란 친구에게 어떻
          게 당신이 기르던 개에게 그렇게 잔인할 수 있냐고 화를 내고 돌아와 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피 흘리며 달아나던 개의 모습과 뒤쫓던 주인이란 친구의 모습, 그리
          고 보지는 못했지만 자기를 죽이려던 주인이 부른다고 해서 숨어있다가 다시 나오는
          개와, 그 개에게 몹쓸 짓을 했을 것을 생각하니 다시금 오금이 저려오고 절로 고개가
          절래절래 흔들렸다. 개라는 동물은 역시 충직한 동물이구나 싶었고, 주인을 잘못 두
          어 몹시 서운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며 지금도 개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섯 번째 이야기는 강원도 횡성 지오비 문화단지에서의 일이다. 지오비 주주들과
          직원들이 연수를 하기 위해 횡성 연수원에 모일 때, 연수원 입구를 막 들어가려는데
          그곳에 있던 개가 차에 치여서 쓰러져 있었고, 개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보였다.
          나는 교육도 좋지만 생명의 중요성이 더 크기에 최돈석 국장을 시켜서 시내                                             병원
          까지 데려가 치료하고 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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