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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이스케키 사건
내가 얼마나 개구장이였는지 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두 개의 사건이 있었는데 하
나는 아이스케키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놋그릇 사건이다.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
다.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나는 아이스케키가 너무도 먹고 싶었다. 아이들이 먹는 아
이스케키가 먹고 싶어서, 큰아버지께 그 말씀을 드렸는데 도무지 사 주실 생각을 하
지 않으셨다.
나는 어떻게 하면 시원하고 맛있는 아이스케키를 먹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한
가지 방법을 찾아내고 쾌재를 불렀다. 그 당시 단양 마늘은 전국적으로 인기가 있었
고, 그 단양 마늘 한 대궁을 아이스케키 하나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
살던 큰아버지 곳간에는 그 좋다는 단양 마늘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나는 지나
가는 아이스케키 장수를 산모퉁이에 불러놓고 마늘 두 접을 곳간에서 꺼내어 메고
가서 건네 주고, 맞바꾼 아이스케키를 통째로 산으로 들고 올라가서 바닥날 때까지
하루 종일 먹었고, 급기야 배탈이 나서 며칠 동안 설사로 죽을 뻔했다. 그러나 그 비
밀은 지금까지도 누구도 모른다. 나 혼자만 아는 일이다.
5) 놋그릇
자라나는 동안 어찌 사건이 한 두개 뿐이랴?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또 한 번의 기
억에 남는 사건은 큰아버지의 놋그릇 사건이다. 이 사건은 내 기억 속에 너무나 생생
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나중에 들통이 나서 곤혹을 치루었는데, 이 과정에
서 할아버지와 손자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다.
그 날 따라 무척이나 동네를 지나는 엿장수의 철커덩 철커덩거리는 엿가위 소리가
정겹게 들렸고, 달콤하고 쫀득한 엿이 엄청 먹고 싶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은 잘 이
해하지 못하겠지만 그 때만 해도 먹거리가 별로 없는 시기였고, 군것질거리라고 해
봐야 아이스케키나 엿, 밤 늦게 소리를 지르며 다니는 “찹쌀떡 사려!” 하는 소리의
찹쌀떡이 고작이었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파는 왕사탕이 군것질거리의 거의 전부이
다시피 한 시절에, 엿은 우리들에게는 참 먹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나는 엿장수가 지나갈 때마다 번번이 엿을 살 돈도 없었고, 용돈도 구할 수 있는 처
지가 못 되었는지라 고민에 고민을 하던 중, 친구들과 엿을 바꿔 먹을 구리줄과 양은
조각 등을 구하러 다녔다. 그 중에서도 놋쇠(황동)는 엿을 많이 준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엿을 어떻게 하면 실컷 먹어볼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하고 생각하던 끝에, 큰아버
지가 꼭 귀한 손님이 오시거나 큰 가족들이 모이는 날에만 사용하시던 누런 놋그릇
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행동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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