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V3_Book_NDP HYBRID
P. 7
할아버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으셨다. 어쩌면 할아버지 자신이 못다
하신 일을 손자인 내가 하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할아버지는 동네에서도 소문난 나
라 사랑을 몸소 실천하시던 분이셨고, 우리가 나라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
에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다고 하시면서, 신세 한탄을 하실 때는 늘상 올라오는 안
주가 일본이었고, 한국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강조하시면서 동네 사람들
을 모아 놓고 말씀을 하시고, 손자인 내가 할아버지 팔 베개를 하고 잠들 때도 내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시던 말씀이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귓전에 들리는 듯 하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는 날 태몽을 꾸셨다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꿈에서 나무를 해
가지고 동네로 내려오는데, 온통 동네가 불바다가 되는 것을 보고 ‘이거 큰일났구나’
하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발이 떨어지지 않아서 발밑을 내려다 봤더니, 거대한 똥밭
에 빠져서 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그 이후에도 할아버지는 꿈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는데,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데
그 가운데서 누가 막 연설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세히 봤더니 손자가 거기
서 구름 떼 같은 관중을 모아 놓고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더란 것이다.
‘햐, 이놈이 범상한 놈이 아니구나’ 하고 꿈을 꾸기도 깨기도 하시면서 할아버지는
동네 어른들이나, 어머니 가족들인 이모님과 친척들이 모일 때면 늘 하시는 말씀이
손주인 내 이야기였다.
할아버지는 내게 네덜란드 풍차 소년, 큰바위 얼굴 등을 이야기해 주셨다. 어린 시절
부터 나는 할아버지에게 길들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어느 날 작심을 하시고 나를 무릎에 앉혀 놓고, ”오성아, 내가 왜 오성이
라고 지었는지 아니?“ 하시면서 그 뜻풀이를 해 주셨다. 그것이 바로 하나, ‘나는
꿈을 가진 사람이다.’ 하나, ‘나는 이상을 실현하는 사람이다.’ 하나, ‘나는 부를
이루는 사람이다.’ 하나, ‘나는 불우한 이웃을 돕는 사람이다.’ 하나, ‘나는 미래
를 준비해 주는 사람이다’ 하는 뜻이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