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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선택에 관해서
흔히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고 했다. B, 탄생(Birth)과 D, 죽음(Death)
사이의 C, 즉 선택(Choice)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삶을 통해서 선택하는 방법을
배운다. ‘응애’ 하고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선택한다. 인간은 딱 두 가지만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고, 나머지는 모두 자기가 선택한다. 그 두 번이란, 태어날
때와 죽을 때를 의미한다.
어린아이가 엄마의 젖을 먹건 안 먹건 그것은 그 어린아이의 선택이고, 이 학교를
택하건 저 학교를 택하건 그건 엄마의 마음이며, 학교 갈 때 버스를 타고 가든,
기차를 타고 가든, 전화기를 왼손으로 누르건, 오른손으로 누르건, 본인의 선택이며,
공부를 하건 안 하건 그것은 학생의 선택이고, TV를 보건, 라디오를 듣건, 이 영화를
보건, 저 영화를 보건, 모두 자신의 선택이다. 이런 작은 선택에서 이 사업을 할까, 저
사업을 할까 하는 중요한 선택에서부터 가장 중요한 이 여자와 결혼할까, 저 남자와
결혼할까 하는 선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선택을 한다. 수없이 선택을 잘못하고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순간 잘못 선택해서 평생을 그르치게 사는 경우도 있다.
선택, 그것은 인간이 가진 권한이면서 동시에 최대의 위기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
리는 늘 위기 속에 살고 있는 것이고,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말과
같이 순간순간을 선택하고, 또 선택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 그 선택을 어떻게 하면 잘 선택하는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나는 그것을
궁금하게 만들어 준 하느님께 감사한다. 일단 문제를 알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문제의
반은 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앞으로 나는 땀 흘려 노력하는 것보다 시작을 잘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잘못된 시작은 헛수고이니까. 그것을 알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께서도 너무 열심히 일에만 매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제대로 된 수고인가’
하는 것을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인천 방향으로
자꾸만 가면 부산이 나오겠는가? 처음부터 방향 선택이 잘못되면, 그간 흘린 피땀이
헛수고이고 차라리 안 한 것만 못한 경우가 된다. 나는 이번에 그것을 깨달았다. 아까
기회의 뜻만 말했는데, 이제 기회의 본질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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