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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옆에는 신이란 친구가 찾아와 나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옆 침대를 보니까 한 명은 이가 3개, 턱, 옆구리, 다섯 명 중 3명은 심하게
          다쳤고, 2명은 경상으로 보였다.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고, 그런 나를 간호사가
          놀라며  제지했다. 아침에  수술해서  손가락도  꿰매고, 다리  상처도  치료하고,
          허리부터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으니,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냥 털고
          일어나  팔뚝에  꽂혀있던  링거  주사마저  뽑아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눈을
          뜨자마자  신이란  친구를  먼저  한  대  갈겼고,  “야, 이  새X야, 애들  교육  똑바로
          시켜!”라고  일갈하자  그  녀석은  멋쩍게  씨익  웃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나오자,
          신이란  녀석도  따라  나왔다. 나는  뚜벅뚜벅  걸어서  하숙방으로  왔다. 가는  도중에
          포장마차에  잠시  들려서  가락국수를  먹는데,  여기저기  피가  내비치니까  주인
          아저씨가  얼마나  겁을  내던지,  국수  한  그릇  뚝딱  먹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하숙집에 와서 자고 그 다음날 짐을 챙기는데, 신이란 친구가 들어왔다.



          “권 형, 갑자기 짐은 왜 싸?”
          “응, 그냥, 갈려고.”

          “어제 동생들 문제는 내가 사과할게. 나랑 같이 있자.”



          나는 아무 대꾸도 하기 싫었고, 몸 상태도 온 몸이 내 몸이 아니었다. 막 문을 열고 나
          오니까, 어저께 나와 싸우다 중상을 입은 세 명을 빼고는 모두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부담스럽게 내게 ‘형님’ 하는 것이었다. “나는 당신들 형님이 아
          니오.” 하고 급히 빠져 나오려 했다. 그러자 신이란 친구가 아이들 둘을 불러 내 짐
          을 들라고 시켰고, 내 조그마한 손가방은 자기가 직접 들어 주면서 용산 역까지 배웅
          을 해 주었다. 배웅하면서 하는 말이 “아이들이 그러는데, 권 형 주먹이 그렇게 대단
          하다던데. 우리랑 함께 있으면 어떨까?” 했다. 나는 그럴 수 없노라고 딱 잘라서 거
          절하고, 우리는 그대로 헤어졌다. 그것을 끝으로 오늘까지 그의 소식을 모른다.

          그 길로 나는 여관을 하나 잡아서 약국을 다녔다. 약 10일 정도쯤 지나니까, 젊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었다. 그 동안은 약국에서 약만 열심히 먹고 발랐다. 그
          리고 또 직장을 찾으러 잠실로 가는데 난리가 났다. 길에는 무장을 한 경찰들이 쫙
          깔렸고, 신문을 보니까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허망했다. 내가 우리 어머니 다음으로 좋아했던 분이 바로 박정희 대통령이
          었다. 그런데 그 어른이 총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
          셨을 때도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것은 육 여사가 돌아가셔서 슬펐다기보다는, 박정희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까
          싶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박정희 대통령은 내게서 위대한 분이셨다. 나는
          길 옆에서 권총을 차고 있는 경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만약 누군가가 “네
          가 죽을래, 박정희 대통령을 죽일까?” 하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어땠을까 잠시
          동안 생각해 봤다. 나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어머니나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대답은 “박 대통령을 죽이지 말고, 차라리 내 머리통에 대고 쏴라.”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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