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V3_Book_RP
P. 9
할아버지는 나를 두고 당신을 닮으셨다면서 늘 나를 화두에 자주 올리셨고, ‘저 놈
이 나중에 크면 큰 일을 할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당신이
훈장선생님이셔서 그런지 손자인 내게 ‘나라사랑,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줘야 한
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가르치셨던 걸로 기억이 난다. 그러셨던 할아버지가 지
금도 무척이나 보고 싶다. 할아버지는 힘도 무척 센 장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말년
에 중풍으로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시기 전까지 무척이나 건강하셨고 장수하셨다. 할
아버지의 마지막 꿈은 손자인 나를 건강하고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일상의 대부분을 손자인 나와 함께 보내셨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생각하시던 모든
것을 손자인 내게 전수 하시길 원했다. 할아버지의 내게 대한 손자 사랑은 지금 생각
해 봐도 아주 특별 했던 것 같다.
할아버지가 그 많은 손주, 손녀 중에 유독 나 혼자만 편애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내가 태어난 날 할아버지가 나의 태몽을 꿨는데 끔에서 나무하고 오다가 보니 온 동
네가 다 불에 타고 있었고, 불기둥이 하늘로 휘감아 올라가고 있었고 너무 놀라서 동
네로 달려가려 했는데 발이 움직이지 않아 돌아보았더니 똥 밭에 빠져서 허우적 거
리고 있으셨다고 한다. 이때 잠에서 깼고 그 시간이 57.11.29 자시였으며 바로 내가
태어난 시간이라고 한다.
할아버지의 태몽으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
랐고, 할아버지의 삶은 거의 모든 시간을 손주를 사랑하고 가르치는데 모든 시간을
쏟아 부었다. 나는 젖을 떼는 순간부터 유년 시절을 할아버지 품에서 자랐고 가족들
과 보낸 시간은 거의 내 기억에 없다.
내 유년시절의 삶을 표현하면 할아버지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할아버지가 내 친
구였고, 내 모든 것 이였던 시절이 있다. 그것이 내 유년시절이 였으며, 내 유년 시절
을 한마디로 하면 할아버지와 손주 즉, 손자라는 말로 대신 해도 된다.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