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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실적/평가/가치/판매/등기/양수도
그래서 이 빌딩을 기부할 때 참 기뻤습니다. 아무 조건도 걸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 것이 아니고 소유권을 여러분한테
옮기니, 여러분들 거니까 여러분이 잘 운영하시라고,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분들이 노숙자, 부랑인이다 보니까 회사
를 운영할 줄 모르세요. 그래서 저는 학연, 지연, 혈연은 절대로 이 회사에 안 둔다, 지금까지 한 평생을 저는 학연, 지연,
혈연은 안 썼습니다. 우리 형님이 오셔서 조카 하나만 취직시켜 달라고 그러는데, 남의 식구들은 그렇게 취직을 많이
시켜주고 남의 식구들은 다 알선도 잘해주고 했지만, 정말 내 자신을 위해서, 내 가족을 위해서는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했네요. 나는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저는 공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이 이만섭 국회의장님이셨어요. 제가 국회의사당을 나가면 “오성이 왔나, 같이 밥 먹으러 가자.” 그리
고 주로 일식집 잘 다니는 곳이 있어요. 가서 식사 한 번 하고 이렇게 보내면서, 그분이 보여주셨던 청백미(淸白美)를
많이 배웠습니다. 훌륭한 분이세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한번 살아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러한 내 삶을
통해서 저는 이곳이 그렇게 소중했습니다. 저는 이 빌딩을 기부하는 날 참 행복했습니다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빌딩이 많은 사람들이 땀 흘려서 만든 것이기에, 이것은 제 것이 돼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것이 되어야 합
니다 하고 돌려드릴 때 참 행복했네요.
아까도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실수했습니다. 한국의 토양이 정말 내 것은 중요하지만, 남의 것을 중요시 여기는
이런 문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저는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제가 할 수 없고, 제가 물려드린, 이 기부했던 분들이
해야 되니까 이분들이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이분들이 하실 수 있게 하려다 보니까 전문가를 영입을 해야 하겠이다.
그래서 중앙일보에 5명의 본부장을 공채하게 된 겁니다. 그렇게 해서 공정하게 5명을 공채할 때에도 제가 이것을 다
기부한 것이니까, 제가 심사하라고 했지만 저는 그날 회사에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기부했던 거고 이것은 다 모두가 여러분한테 드린 거니까, 이제 여러분들이 뽑아서 여러분이 운영하세요. 저는
공채하는 날도 회사에 가질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5명의 총무 본부장 신모 씨, 또 이런 분 저런 분 해서 다섯 명의 본부
장을 뽑았습니다. 뽑힌 사람들을 만나서 저는 제가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이 회사는 제가 만든 것이 아니고, 어려운 분
들이 만든 겁니다. 그 어려운 분들이 피땀 흘리는 것을 제가 좀 도운 것이고요. 그래서 제 재산 앞으로 되어 있는 이 모
든 것을 다 기부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이곳에 오셔서 이제 길을 잘 못찾는 분들한테 길도 찾아주시고, 잘 살아가시
도록 도와드리세요.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하고 저는 그분들에게 누군지도 모르지만 뽑히신 것을 축하한다, 잘 해달라,
그리고 열심히 해달라 하는 얘기만 하고 마쳤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법률 브로커가 들어왔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교대 앞에 변호사 사무실에 책상 하나 갖다 놓고, 사건
물어다 주는 법률 브로커가 총무 본부장으로 들어온 겁니다. 이 사람이 이 회사를 완전히 말아먹은 겁니다. 12만 평의
땅도, 빌딩도, 모든 것들. 총무 본부장하고 또 이 회사에 들어와 보니 돼 있는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주인도 없거든요.
대표 이사라고 해서 학연, 지연, 혈연도 없는 사람을 두고, 주식이라고 해서 다 나눠줘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주
식을 가지고 있고 하다 보니까,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거죠. 회사의 발목을 잡고, 노숙자, 부랑인들이 뭘 잘 하겠습니
까. 일을 하다 보면 법률을 잘 몰라서 잘 모를 때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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