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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실적/평가/가치/판매/등기/양수도
먹거리. ‘어떻게 하면 없는 사람들을 잘살게 해줄 수 있을까?’ 하고 많은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한
까닭은 아마 종교적인 신념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한 50여 년 교회를 다니다 보니까, 성경 말씀에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린 자를 도와주면, 네가 내게 꿔 주는 거다’라고 돼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믿었고요. 믿고 행하면 반석 위에 지
어진 집이고, 믿고 행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지은 집이다. 작심삼일은 안 된다는 거지요. 그래서 저는 ‘말로만 사랑한
다 그러면 뭔 의미가 있나, 정말 행동으로 옮겨야 하겠구나’ 해서 저는 결심을 했어요. 부귀영화 탐하지 않고, 출세 탐
하지 않고, 배고프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의 친구가 되기로. 그런 결심을 하고 이렇게 세상을 살았던 경험도 있고요.
제가 또 이런 경험을 하면서 좋은 교훈이 되는 게, 제가 늦게 늦깎이로 세종대학교 입학을 해서 스물아홉에 체육학과
1학년이 되어 낮에는 학교 가고, 갔다 와서는 또 밤에 레슨하고 이랬던 시간들이 있었어요. 그럴 때 서울 노원구 공릉
동 로얄 테니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때 수호 엄마라는 분이 제게 레슨을 받았는데 레슨비가 좀 아주 비
싸서 저한테 되게 불만이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온 거예요.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집에는 할머니하고 본인, 여자들 둘밖에 없는데 어떡하면 좋겠냐고. 별로 가깝지도 않았고
또 저는 대학교 때문에 시간이 없다 보니까 하루 전날 기말고사 준비를 했습니다. 그다음 날이 기말고사라서 공부를
해야 되는데, 평소에는 공부가 안되는 게 새벽에 레슨하고 학교에 가면 체육과다 보니까, 몸을 움직이다 보니까 피곤
해서 계속 잡니다. 그러고 나서 또 새벽에 레슨하고 이렇게 하다 보니까, 아무것도 배운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항상
시험 보기 하루 전날, 그 시험 과목 공부하고 이렇게 했는데 공부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집사람은 시험공부 해야 되
니까 가지 말라고 그러고. 그러나 저는 갔다 와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다녀왔습니다.
가 보니까 신랑은 사우디에 돈 벌러 갔고, 그래서 시어머니하고 둘이 있는데 시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래서 제가 그
당시에 원자력 병원에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들하고 또 과장님하고 잘 알고, 테니스를 하다 보니까. 그래서 제가 연락
을 해서 차를 좀 보내 달라 그렇게 했는데, 또 병원에서는 차는 사고가 나서 들어오는 건 모르지만 병원에도 지금 그
렇게 여유가 없어서 안 된다고, 그래서 사정사정해서 오게 만들어서, 이제 차를 대게 하고 저는 올라가 봤더니, 시신이
있고 두 분이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할아버지 때 옆에서 봤던 경험이 있어서, 할아버지가 훈장
선생이다 보니까 동네에서 이런 거 저런 거 다 하시고 염하는 법도 옆에서 가르치고 하는 걸 봤기 때문에, 제가 놀라
지 말라고 얘기하고 소독약 가져다가 곳곳마다 닦아드리고 솜을 입, 항문에다 다 막고, 그리고 이불에 돌돌 말았습니
다. 옆에 보니까 밀대 비슷하게 큰 게 뭐 있어서 두 개로 이불을 둘둘 말아서, 거기다가 시체를 얹어서 제가 앞에서 들
고 할머니하고 두 분이 뒤에서 한쪽을 들고 해서, 이제 밑으로 내려오려고 그러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하는
수 없이 등에 업고 내려갈 수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제가 등에 업을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등에 업고 8층에서
부터 1층까지 여름철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1층에 도착을 해서 기다리고 있던 구급차에 태워서 원자력 병원에 있는
영안실에 시신 안치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난 뒤에 새벽녘이 되니까 이제 친척들이 오기 시작하고,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을 하는데, ‘나는 뭘 하고 있지,
내가 왜 여기 있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에 관해서 관심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냥 혼자 슬그머니 빠져서 그
제야 집으로 오는데 새벽녘에 비치는 그 불빛이 얼마나 예쁜지, ‘그래, 오성아. 잘했다. 너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비난하던 사람을 위해서, 네가 그렇게 좋은 일 하고 가니까 얼마나 좋니.’ 그때 모든 하늘에 있는 별들이 저를 보고 잘
했다고 막 박수치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때 결심을 했어요. ‘하나님, 제가 살아있는 날까지 이런 일 할게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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