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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체육지도자 총연합회 (KSLA)
(Korea Sports Leaders Association)
나는 초등학교 때 육성 회비를 면제받기 위해 운동을 했고, 수업을 빠지면서 운동만
하다 보니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한글도 제대로 몰랐으며, 한문은 그저 내 이름 석
자만 겨우 쓸 줄 아는 정도였고, 다른 과목은 그 무엇도 배운 것이 없었다. 그래서
거의 전 과목 꼴찌였고, 성적표를 보면 온통 양, 가, 양, 가여서 안동 권 가였던 나는
‘내가 권 가가 아니고 양 가인가’ 싶을 정도로 성적은 바닥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서야 깨달은 바가 있어 독학으로 2년 만에 전교에서 20등 안에
드는 장학생이 되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겪어야 했고, 단 돈 만원으로 객지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우리 사회의 아픔을 내 스스로가 직접 겪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운동 선수들의 탈선이었다. 운동선수들은 여건상 거의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운동만 하다 보니, 일반 학생들에 비해 생각의 폭이 좁고,
배운 것이 일반 학생보다 적다 보니, 운동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운동만 했던 선수들이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하게 되면,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고
이렇다 할 수 있는 일이 마땅하지 않아 결국은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가진 것이
힘밖에 없고 마땅히 할 일도 없어서 뒷골목 세계로 가거나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는
등,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되어버리는 것을 수없이 많이 봐 오면서, 나 역시
운동선수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 운동 선수들이 탈선했던 예시
중 하나가 서진 룸살롱 살인사건이다. 운동 선수들이 선수생활이 끝나고 갈 곳이
없어서 조직폭력배에 들어가, 시합에서 이기고 지는 것에 대한 집념처럼,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조직의 승리를 위해 무고한 인명을 잔인하게 해쳐버리는
현장소식을 접하며,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서글픈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경찰,
검찰의 수를 늘려서 제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먹고 살 길이 없는 운동선수들이 갈
길은 불을 보듯 뻔했다. 무조건 사건을 저지르지 못하게 틀어막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운동선수들이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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